겨울 산책이 데이터로 보여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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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겨울 산책이 데이터로 보여주는 것

며칠 전 일요일, 오랜만에 도시 근처 작은 산에 올랐다. 평소엔 주말이면 카페에 박혀서 오픈데이타 관련 글을 정리하느라 바쁜데, 그날은 왠지 모르게 밖이 불러서 나가게 됐다. 겨울 산은 생각보다 조용하고 맑았다. 찬 공기가 폐를 채우고, 발밑의 낙엽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참 좋았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길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걸었을까?’ ‘이 산책로의 이용 데이터는 어떻게 생겼을까?’ 역시나, 어디서든 데이터를 떠올리는 내가 조금 우습지만, 그래도 재미있는 주제다. 사실 작년에 제주도 올레길을 걸으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했었다. 그때는 한 구간에서 만난 노부부가 “여기 매년 오는데, 올해는 사람이 유난히 적더라”고 말한 게 인상 깊었다. 그 말을 듣고 문득 ‘올레길 방문객 통계는 어떻게 변했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겨서, 나중에 찾아보니 코로나 시기에 일시적으로 급감했다가 다시 회복하는 패턴이 눈에 띄었다. 그 경험이 데이터와 현실의 연결을 더 실감나게 해줬다.

사실 공공데이터포털에 가보면 ‘등산로 이용 현황’ 같은 데이터가 꽤 있다. 지역별, 시간대별, 계절별로 이용객 수를 집계한 자료인데, 이걸 보면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이야기가 보인다. 예를 들어, 한국관광공사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가을 산행 인구가 전년 대비 20% 가까이 증가했다고 한다.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코로나 이후 야외 활동 수요가 꾸준히 늘어난 점, 그리고 등산이 비교적 저렴한 취미라는 점이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 나도 그 흐름에 동참한 셈이다. 더 흥미로운 점은, 데이터를 세분화해 보면 2030 세대의 증가율이 특히 높다는 것이다. 아마도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 미디어에서 ‘인증샷’을 남기려는 트렌드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내가 산에서 본 젊은 등산객들은 정상에서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산을 오르면서 본 풍경은 데이터로 설명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있었지만, 데이터가 그 경험을 더 풍부하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내가 걷는 이 길이 작년에 얼마나 보수됐는지, 주변에 어떤 식생이 분포하는지 같은 정보는 국가생물다양성정보공유체계 같은 곳에서 쉽게 얻을 수 있다. 이렇게 데이터와 현실을 연결하면 단순한 ‘걷기’가 ‘지식의 확장’이 된다. 특히 오픈데이타는 무료로 열려 있으니까, 누구나 자신의 호기심에 따라 깊이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예컨대, 내가 걸은 코스의 식생 데이터를 찾아보니 소나무와 참나무가 주를 이루고, 간혹 생강나무가 보인다는 설명이 있었다. 그 정보를 알고 나니, 길가의 나무들을 유심히 관찰하게 되었고, 평소에는 지나쳤을 작은 꽃봉오리도 눈에 띄었다. 데이터가 단순한 걷기를 자연 관찰로 승화시킨 셈이다.

산 정상에 도착해서 본 풍경은 정말 멋졌다. 도시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멀리 산맥이 겹겹이 펼쳐져 있었다. 거기서 잠시 앉아서 숨을 고르며 스마트폰으로 주변 정보를 찾아봤다. ‘이 산의 높이는 300m, 코스 난이도는 하, 소요 시간 1시간 30분’이라는 데이터가 떴다. 별거 아닌 정보지만, 내가 방금 걸은 길의 객관적 사실을 알게 되니 뿌듯함이 배가됐다. 데이터는 경험을 기록하고 공유하게 해주는 도구라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게다가, 근처에 있는 다른 등산로의 추천 코스도 함께 제시되어서, 다음에 올 때는 다른 길로 도전해봐야겠다는 계획도 생겼다. 데이터가 단순한 정보를 넘어, 새로운 경험의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다.

사실 데이터를 활용한 산책 경험은 나만의 특별한 취미가 되었다. 예를 들어, 나는 스마트워치로 걸음 수와 심박수를 기록하면서, 같은 코스를 걸어도 계절이나 날씨에 따라 신체 반응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분석하는 것을 좋아한다. 지난 봄에 같은 산을 올랐을 때는 심박수가 평균 130bpm이었는데, 겨울에는 추위 때문에 더 빨리 오르는지 140bpm까지 올라갔다. 이런 미세한 차이를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물론, 이런 데이터 수집이 강박적으로 느껴질 때도 있지만, 적당히 즐기면 건강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그러던 중 문득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이 산의 이용객 데이터를 시간대별로 분석하면, 언제 가장 붐빌까?’ 집에 돌아와서 확인해보니, 주말 오전 10시~12시가 최대 피크 시간이고, 오후 2시 이후에는 급격히 줄어든다는 패턴을 발견했다. 이 정보를 알면, 다음에는 사람이 적은 시간대를 골라서 더 여유롭게 산책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그다음 주에 오후 3시에 다시 방문했더니, 거의 혼자 산을 독차지한 기분이었다. 데이터가 경험의 질을 높여주는 좋은 예시다.

하지만 산에서 데이터를 생각하는 게 항상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가끔은 ‘데이터 중독’이 아닐까 자책할 때도 있다. 일상의 모든 순간을 데이터로 분석하려는 습관이 오히려 순수한 경험을 방해하는 건 아닌지. 예를 들어,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실 때도 ‘이 카페의 평균 체류 시간은 얼마일까’ 같은 생각이 먼저 든다. 이런 점은 고쳐야 할 부분인 것 같다. 그래도 산책 같은 활동은 데이터의 도움을 받아 더 의미 있게 즐길 수 있으니, 적당한 균형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일부러 산에 갈 때는 스마트폰을 가방 깊숙이 넣어두고, 데이터 생각을 잠시 잊으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하면 바람 소리, 새소리, 그리고 내 호흡 소리에 더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

내려오는 길에 다시 생각해봤다. ‘오픈데이타를 통해 우리가 얻는 건 무엇일까?’ 단순히 정보를 얻는 것을 넘어, 사회 현상을 이해하고 개인의 삶을 개선하는 데 기여한다고 본다. 예를 들어, 서울시 열린데이터광장의 대중교통 데이터를 활용하면 버스 노선을 최적화하거나, 첨두 시간대 혼잡을 줄이는 앱을 만들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스타트업이 이런 데이터를 활용해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데이터는 더 이상 전문가만의 영역이 아니다. 또한, 공공데이터를 활용한 시민 참여 프로젝트도 늘고 있다. 예컨대, ‘우리 동네 공원 데이터 분석’ 같은 시민 과학 프로젝트에 참여하면, 내가 직접 수집한 데이터가 정책 결정에 반영되기도 한다. 이는 데이터 민주주의의 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산에서 돌아와 저녁을 먹으며 TV를 켰는데, 우연히 시사 프로그램에서 ‘데이터 기반 정책’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최근 정부가 각종 공공데이터를 민간에 개방하면서 발생한 성공 사례와 문제점을 다루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활용의 경계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느꼈다. 이건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다. 예를 들어, 등산로 이용 데이터를 공개하면 편리하지만, 특정 시간대에 혼자 다니는 여성의 위치 정보가 노출될 위험도 있다. 데이터의 공개와 보호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대해 관련 법제도가 아직 충분히 정비되지 않았다는 점이 아쉽다.

평점을 매기자면, 이번 겨울 산책 경험은 10점 만점에 9점이다. 데이터를 떠올린 덕분에 더 알차게 즐겼고, 건강에도 좋았다. 단, 가끔은 데이터 없이 그냥 자연을 느끼는 시간도 필요하겠다는 교훈을 얻었다. 다음 산책 때는 스마트폰을 집에 두고 가볼까? 아니, 그래도 데이터는 포기 못 하니까… 어쨌든 추천한다. 특히 데이터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주말에 가까운 산을 걸으며 데이터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경험을 해보길. 그 경험은 단순한 운동을 넘어, 지적 탐험의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데이터 활용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위해 몇 가지 팁을 남긴다. 첫째, 공공데이터포털(data.go.kr)에서 ‘등산로’나 ‘공원’으로 검색해보고, 둘째, 지역별 데이터를 내려받아 엑셀로 간단히 시각화해보는 걸 추천한다. 생각보다 재미있는 인사이트가 많다. 셋째, 다른 사람의 분석 사례를 찾아보는 것도 도움된다. 데이터는 혼자 하는 것보다 함께 할 때 더 가치 있으니까. 예를 들어, 깃허브(GitHub)에서 ‘등산로 데이터 분석’을 검색하면 다양한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찾을 수 있다. 나도 최근에 그런 프로젝트에 기여하면서, 데이터 시각화 실력도 늘고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게 되었다. 데이터는 결국 연결의 도구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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